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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영화리뷰] 12 몽키즈(12 Monkeys)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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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2 몽키즈(12 Monkeys) (1995)

오랜만에 영화 리뷰다. 이 영화도 여자 친구랑 같이 보기 시작한 영화라서 따로 리뷰는 적지 않으려고 했다. 요즘 영화를 많이 안 보긴 했는데 여자 친구랑 본 것들은 원래 리뷰를 적지는 않았어서 그랬다. 그런데, 리뷰를 적는 이유는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어서다. 그 대사에 꽂혀서 리뷰를 쓰는 것이다 보니까 영화 자체를 편하게 봤어서 많은 리뷰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사실 여자 친구도 SF, 바이러스 재난 영화라고 해서 재밌을 것 같아 같이 본다고 했었는데, 생각했던 그런 긴박한 영화가 아니라 보다 말았다 ㅎㅎ; 혼자 집에서 마저 봤다.

 

우선 마음에 들었던 대사부터 남겨야겠다.

"영화는 바뀌지 않아. 바뀔 수가 없지. 하지만 볼 때마다 달라 보이는 건 내가 다르기 때문이지. 다른 내용을 보는거야."

"이미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고칠 수 없다면 꽃향내나 맡는 게 좋겠군."

 

영화 자체가 내 여자 친구가 지루해했던 것처럼 호불호가 약간 갈리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약간 지루하긴 했는데 집에서 마저 보면서 재밌게 봤다. 영화가 95년도에 개봉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꽤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 것 같다. 과거의 일을 되돌리기 위해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정신질환은 의사가 결정하고 세뇌하는 것인지, 동물학대 반대자들의 행위 등에 대한 것이 담겨있었다.

 

영화 자체 분위기도 딱 90년대 말, 세기말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특유의 옛날에 표현하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영화였다. 회색 빛만 있고, 촌스러운 기계들로 둘러싸인, 괴짜들만 존재하는 미래.

 

빵형의 리즈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 지금도 잘생겼는데 그때는 왜 이리 잘생긴 건지, 연기는 또 왜 그리 잘하는지. 매들린 스토우도 정말 이쁘게 담겼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압도적이었을 것 같다. 플러머 할아버지도 지금보다 훨씬 정정한 모습에 신기했다. 옛날 영화들을 많이 보는 나지만, 그래도 더 젊은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지금과 똑같은 모습을 한건 브루스 윌리스 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면 제임스와 캐서린이 영화관에 몸을 피해 변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상영관에서는 히치콕의 <현기증>이 상영되고 있다. 제임스와 캐서린의 대화들 중간중간에 <현기증> 대화들이 침투한다. <현기증>에서의 대사들과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이 겹쳐 보이면서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들었던 대사들도 이 씬에서 나왔다. 그리고 <현기증> 영화 자체가 상영되는 게 신기했다. 영화 감상 수업 때 잘라서 조금씩 봤던 영화라 신기했다.

<현기증> 말고도, <12 몽키즈>에서는 TV 애니메이션 장면들도 여러 번 나온다. 이 장면들은 <현기증>과 달리 왜 삽입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자면, 정신이상을 다루는 영화는 항상 머리가 아픈 것 같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정말 정신이상인지, 정상인데 몰리는 것인지, 누가 거짓이고 진실은 무엇인지가 항상 숨어있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이것을 정신병원, 정신과 의사,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는 장치들로 잘 풀어나간 것 같다. 영화 중반부터는 실제가 무엇인지 구분이 되었고, 이후에는 영화를 쉽게 볼 수는 있었다.

 

결말은 열린 결말로 보인다. 사람들마다 해석이 다양하고, 과거는 바뀔 수 없는 암담한 결말이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제임스를 회유 또는 협박하러 온 호세에 의해 범인이 누구인지 미래에 전달되었을 것이다. 범인에 대해 알게 된 미래의 과학자가 과거로 와서 범인을 저지하려고 한 것으로 해석했다.

애초에 과거는 이미 바뀌어있었다.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 사람은 제프리가 아니라 아빠의 조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제프리가 원래 범인이 맞았던 것이라 생각한다. 아빠가 접근권한이 없음을 알게 되자 당황해하는 12 몽키즈 팀원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물원 탈출 쇼와 아빠를 철창에 가둔 걸로 메시지를 대신한 게 아닐까.

과거 회상 씬에서 총을 쐈던 사람과 맞은 사람은 나오지 않지만, 이것도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미래에는 제임스가 다시 과거로 올 일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바뀐 미래의 제임스는 바다도 가고 지상에서 행복하게 살면서 과거로 갈 일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나는 캐서린의 웃음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어린 제임스를 보고 왜 웃었을까? 다시 만날 거라 생각했을까? 저 꼬맹이가 나를 기억해줬구나 싶었던 걸까?

 

아무튼 전반적으로 재밌는 영화라고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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