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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영화리뷰]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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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와 기대보다 훨씬 재밌게 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서 봤다. 뭐 잔잔한 느낌의 스릴러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지루하다고만 할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집중되고 몰입해서 봤다.

 

영상미

해석은 뒤로 미루고, 먼저 영상 자체만 두고 보자. 굉장히 색감이 이쁘고 구도도 이쁘다. 필카 감성 낭낭하게 찍은 사진들을 보는 느낌이다. 줄거리 빼고 영상 자체만 보면 장면 하나 하나가 굉장히 이쁘다.

이런 색감에 영화 자체에서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클로즈업까지 굉장히 잘 쓴다. 거리를 두고 찍을 때도 있지만, 굉장히 가깝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다. 이게 내용까지 보면 무섭고 긴장감이 생기는 장면도 있지만 역시 장면 하나하나 보면 되게 감각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실리아가 의안을 껴야 한다는 말을 하자 케빈이 리치를 먹는 장면인데, 리치를 안 좋아하지 않았냐는 말에 천천히 껍질을 까면서 입에 넣어 터뜨려 먹는 장면이다. 리치가 눈알로 묘사되는 것 같아 굉장히 끔찍했는데, 장면만 보면 색감과 클로즈업으로 굉장히 감각적이었다. (영화 아가씨에서 하정우가 복숭아를 터뜨려 먹는 것과 비슷하다.)

 

음악

음악/효과음도 영화 안에서 잘 쓰였다고 생각한다. 효과음은 영화의 집중을 줄 수 있게 전체적으로 잘 사용되었다. 음악은 장면마다 다른 음악을 사용했고 멜로디 같은 것들도 잘 썼던 것 같다. 가사까지 확인은 안 했지만, 영화 전체적인 완성도를 보면 적절하게 썼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그리고 소리 관련해서 인상깊었던 두 장면이 있다. 첫 번째로 영화 초반부에 케빈이 아기일 때 계속 울자, 지친 에바가 땅을 파는 공사장 기계소리를 들으며 아기 울음소리가 걷히자 편안함을 느끼는 장면이다.

두 번째로, 케빈이 학교에서 애들에게 활을 쏘고 잠긴 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장면이다. 분명히 사람들이 울분에 젖어있는데 케빈이 등장하자 환호 소리처럼 들린다.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었고 케빈의 시점에서 들리는 소리로 느껴졌다. (이전 케빈의 인터뷰 장면을 보고 난 뒤여서 더욱 환호로 들렸던 것 같다. 인터뷰 장면에서는 사람들은 TV를 보는데, TV에는 평범한 일상 얘기는 다뤄지지 않는다. 당신들은 나를 보기 위해 TV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장면이 있다.)

 

영화 구성

처음에는 머리가 굉장히 아팠다. 5분 정도 보다가 시놉시스를 다시 보고 이어서 시청했다. 에바가 젊었을 시절부터 가장 현재 시점까지 중간의 모든 시점에서의 장면들이 조각조각되어 붙여놓았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뭐가 과거고 뭐가 현재인지 헷갈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과거 시점들이 하나씩 정리되면서 이해하기 쉬웠지만, 그전까지는 뒤죽박죽이다 보니 울 엄마가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볼 때는 재밌는 요소였다. 결말부를 다 알려준 것도 아니고, 초반부를 질질 끈 것도 아니고, 시점을 앞뒤로 옮기면서 적당히 궁금증을 유발했고, 적당히 궁금증을 해소한 것 같다. 물론 말했듯이 초반에는 머리 아팠다.

 

영화 해석

위에서 말했듯이 케빈은 학교에서 활을 쏜 이후 인터뷰를 했다. 활을 쏜 이유가 사람들이 TV로 자신을 보고,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그런데, 이는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케빈의 성격과 맞지 않다. 케빈은 오히려 친구들을 사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팔을 다쳐 병원에 갔을 때도 의젓하게 치료를 받고 나왔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과 맞지 않는 발언이었다. (그래서 영화 중간에 이 장면을 보고 놀랐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케빈은 엄마인 에바를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에바의 관심을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기 때는 쉬도 때도 없이 에바가 건드리면 우는 것부터 보자. 에바가 임신했을 때부터 케빈을 싫어했듯이 케빈도 에바를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기들이 우는 이유를 봤을 때 싫은 것도 있지만 관심이 필요할 때 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장면부터도 케빈은 에바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우는 것으로 보인다.

꽤 컸지만 변을 못 가려서 기저귀를 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에바가 자신한테 관심을 주니까 그런 것이다. 팔을 부러지고 나서 변을 가리기 시작한 이유는 팔이 부러짐으로써 엄마를 자신이 원하는 데로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케빈은 어렸을 때부터 영특했고 기민했다.

다른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실리아가 태어나고 관심이 실리아에게 쏟자 처음에는 얼굴에 물을 튀는 것부터 해서, 애완동물을 죽이고, 눈까지 잃게 한다. 관심을 뺏어간 실리아에게 질투를 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자위하다 에바가 들어와 들킨 장면에서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눈을 치켜뜨고 더 했던 장면도 마찬가지로 본다. 엄마가 싫은 게 아니라 엄마의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봤다.

 

사실 영화에서 단 한순간만 케빈이 엄마에게 착하게 군 적이 있다. 자기가 아파 쓰러지고 토를 할 때다. 자신을 돌봐주던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하고, 책을 읽어주자 오히려 아빠에게 방해하지 말고 나가라는 말을 한다. 이 장면에서 케빈이 엄마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오로지 자기에게만 진심 어린 관심을 주자 그 나이대의 애로 돌아와 있었다.

몸이 괜찮아지고는 다시 아빠에게 돌아가고 냉랭해졌지만, 엄마가 '로빈후드'를 읽어준 뒤로 활 연습을 계속했고, 사건을 벌이기 전까지도 계속 그 책을 보관해왔다.

 

마지막으로, 케빈이 교도소에 들어가고 2년의 시간이 흐른 뒤, 면회에서 에바가 왜 그랬냐고 다시 물어본다. TV로 인터뷰를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물어봤다. 이때, 케빈은 자신은 이유를 아는 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즉, 인터뷰 당시에 했던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아니었음을 아는 것이다. 에바도 왜 자신만 살려두었는지 생각했을 것이며, 케빈이 한 말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 꽉 껴안아 준다. 그리고 교도소 밖을 나오는데, 밝은 빛으로 에바가 걸어 나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사실, 케빈이 사건을 계획한 것도 시기상 자기로 인해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준비 중인걸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관심을 갈망하던 케빈은 엄마가 자신만 볼 수 있도록 아빠와 실리아를 죽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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