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순천 여수 여행갔다가 독립서점에서 보이는 책을 하나 샀다. 원래 여행과 관련된 책이나 순천, 여수와 관련된 책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딱히 가격이나 마음에 드는 책이 없었다. 카테고리를 좀 넓혀서 책이 뭐가 있는지 찾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이 말하는게 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이끌렸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다. 등장인물들이 괴테를 포함한 많은 명언과 성경과 관련된 인용구들을 사용했다. 너무 많은 명언에 뇌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 나는 원래 이런 내용들을 볼 때 이 내용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메타포가 무엇인지 등 너무 분석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러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냥 포기했다. 보통 다른 책에서는 직접 바로 안 찾아봐도 바로 뒤쪽에 활용되거나 설명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해를 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번에 내가 읽었던 것처럼 읽는게 맞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주인공인 히로바 도이치는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티백에 붙어있는 명언을 보고 이 명언의 출처에 집착하게 되는 과정과 출처를 찾게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히로바 도이치는 저명한 괴테 전문가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 Goethe
히로바 도이치는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상대방이 괴테의 말을 인용할 때 일일이 출처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야 자신의 전문성을 해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무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치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저 문구만큼은 아니었다. 강연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 문구야 말로 괴테라는 사람을, 그리고 자신이 주장하는 괴테의 가치관을 가장 명확하고 명료하게 말할 수 있는 문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임팩트있고 가장 깔끔하게 괴테를 설명할 수 있는 문구이기도 했기에, 그 출처를 알고 싶어했다.
나는 괴테를 잘 모르지만, 책에서 히로바 도이치의 입을 빌려 설명하는 괴테의 사상은 '잼적 세계와 샐러드 세계'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저 명언 자체가 잼적(confuse) 세계가 아닌 샐러드(mix) 세계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는 효율적인 문구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은 진행하면 진행할 수록 주변인들에 의해서 히로바 도이치의 주변이 흔들리게 되고, 결국은 저 문구의 출처를 알게 되지만 그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특히 히로바 도이치가 제자인 쓰즈키에게 논문 검토를 하면서 인용구의 출처를 명확히 작성하라는 피드백만 보더라도, 이때까지 도이치는 학자로서 출처를 따졌다. 명언은 무엇인가, 명언의 역할은 무엇인가, 명언을 떼어놓고 봐도 되는가 원문과 함께 이해해야 하는가, 화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죽기 전 마지막 한마디가 진짜 명언인건가 등 돌아보면 명언 또는 말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런 도이치의 사상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역시 동료 교수인 시카리 노리후미와 제자이자 딸의 남자친구인 쓰즈키 그리고 딸 노리카로 보인다.
그 중 시카리 얘기를 해보자면 어떻게 그렇게 도이치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도이치와 친했을까 궁금했다. 시카리는 스스로 출처를 만들어냈고, 허위로 인용을 했고, 말을 빌리는 척 말을 지어냈다. 학자로서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의 정점이었다. '잡탕'을 대표하는 시카리는 정말 못된 사람일까?
말은 재생산되어야 한다. 했던 말이더라도 본인의 말로, 본인의 언어로 뱉어야 한다. 명언도 잘 쓰여야 명언이다.
괴테가 저 말을 했는지, 모든 말을 했는지가 중요할까?
얼마 전에 칸트가 했던 말이라고 들은게 있다.
철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철학함을 배우는 것이다.
이것이 시카리가 얘기하는 바가 아닐까? 우리는 여태 있었던 것들을 이용해 우리가 씹고 뜯고 이해한대로 재생산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리뷰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설/리뷰] 죽은 시인의 사회 (1) | 2025.12.25 |
|---|---|
| [IT/리뷰]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1) | 2025.12.22 |
| [재테크/리뷰] 박곰희 연금부자수업 (1) | 2025.09.25 |
| [소설/리뷰] 스토너 (3) | 2025.08.15 |
| [자기계발/리뷰] 소프트웨어 개발에 ChatGPT 사용하기 (1) | 2025.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