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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리뷰

[에세이/리뷰] 예술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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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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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을 위해 읽은 책이다. (독서 토론은 못 했다.)

자유 주제였기 때문에 책을 추천받아서만 읽어본 나는 사실상 처음으로 기술 서적이 아닌 책을 처음으로 내가 골라서 사서 읽어봤다.

 

사실 끌리는건 소설이 많았지만 독서 '토론을 위해서'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소설을 제외한 책 중에서 고르려 했다. 그러다보니 에세이 쪽에서 책을 고르게 되었는데 단연 이목을 끄는 제목과 소개글이었다.

 

나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예술 작품을 훔쳤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도둑이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있고 싶어서 예술 작품을 훔쳤다니.. 궁금해 못참을 지경이었다.

 

오늘은 주저리주저리 생각들을 써볼 것이다.

 

 

책을 읽으니 주인공은 정말 영화 같은 일생을 살았구나 싶다. 주인공의 성장 배경부터 결말까지 영화 같다.

책을 읽기 전부터 ''범죄 미화'로 욕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싶었는데 그런 내용의 책은 아니었다. 중간에는 정말 이 도둑의 말에 현혹되었고 도둑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였고 도둑이 얼마나 더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더 어려운 도둑질을 했을 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작가와 수사 과정에 참여한 경찰 또는 심리학자들의 직언은 다시금 일반적인 이성적 시각을 갖게 해준다.

 

나는 심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책을 다 읽었을 때 브라이트비저는 마음에 채울 수 없는 큰 공허함을 갖고 있고, 이를 채우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예술 작품의 압도되는 감동으로 자신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예술 작품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만족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앤 캐서린을 또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써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자기 자신의 도둑질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을 속였던 행위로 보인다. 도둑질을 하러 갈 때도 항상 도둑질하러 박물관에 왔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을 속이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브라이트비저는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예술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도둑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도둑질을 스스로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을 속이는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트비저의 성장 배경에는 골동품의 가치를 잘 알아보고 수집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이혼해 외롭던 가정환경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랜 기간 이어져오는 예술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둑질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브라이트비저는 스스로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해서 훔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단순한 도둑 취급'하는 이유는 예술계 관계자들과 경찰, 심리학자 모두 미학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스탕달 증후군'을 얘기하며, 얼마나 강렬하게 느껴지는지 보여주고 싶어한다.

 

내가 브라이트비저가 예술 작품이 아닌 도둑질이 목적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브라이트비저의 예술 작품에 대한 열정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이트비저는 제대로된 직업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예술 작품을 공부하기 위해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하는가하면, 경매 팜플렛이나 박물관들에 대한 팜플렛을  수집해 읽고, 직접 박물관에도 수없이 다닌다. 어떤 작가에 대해서 공부할 때는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로 된 내력들을 모두 조사하며 탐독한다. 심지어 그동안 소유자가 누구였는지가지 역사를 공부한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에 대해서 어떤 예술 관계자보다 열정적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재판을 받을 때 어떤 박물관 관장이자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인 분이 피해 사실을 언급하던 중 내용이 틀린 부분이 있자 브라이트비저는 해당 부분을 정정한다. 작품을 소유하고 있던 박물관의 역사학자보다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술지 논문까지 모두 뒤져가며 공부하니 그럴 수 밖에 없지만 이를 모두 외우고 있는 것 역시 대단한 부분이다. 해당 박물관 관장이 정정해준 내용에 대해 참고한 학술지 이름을 브라이트비저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부분은 예술학자끼리의 존중이 보이는 모습 같았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나는 이러한 예술 작품에 대한 열정은 목적이 '도둑질'으로 본다. 무엇을 훔칠지는 스탕달 증후군처럼 마음에 울림이 있어야 함이 우선순위가 높다고 했다.(뒤이어 보안의 허술함도 있고 훔치기 좋은 작품이어야 함도 있다.) 이 역시 마음에 울림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의심된다.

 

앤 캐서린에 대한 사랑은 정말 사랑이었을까? 앤 캐서린과 예술 작품 중에서 예술 작품을 선택한 브라이트비저였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내가 봤을 때에는 앤 캐서린과 도둑질 중 도둑질을 선택한 것이라 보인다. 자신의 도둑질을 이해해주고 도둑질을 도와주는 조수로서 앤 캐서린이 필요하고 그런 앤 캐서린을 사랑한게 아닐까?

 

앤 캐서린이란 인물에 대해서 자세히는 인터뷰가 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앤 캐서린 역시 이를 알고 브라이트비저가 스위스에서 두 번째 붙잡혔을 때 완전히 손절을 했다고 보인다. 질려버려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하고 잊으려 '노력'했을 것이라 보인다. 다른 심리학자들이 일부 언급한 것처럼 앤 캐서린 역시 활달해보이지만 마음속에 약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오늘날의 '가스 라이팅'을 통해 이용당한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 브라이트비저가 수집 중독이 되어버린 시점부터는 그 누구도 브라이트비저를 좋게 볼 수 없다. 초반부에는 스스로를 예술 작품을 해방시키는 운동가처럼 묘사하는 것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박물관은 예술 작품을 온전히 느낄 수 없게 만든다는 그의 주장 역시 논리적이다. 물론 박물관을 금고로 만들 수는 없으며 예술 작품을 공유하지 않고 사적 소유하려는 부분에서 문제가 된다는 의견은 당연하지만 브라이트비저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그에 바탕된 주장은 현재 시스템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브라이트비저는 더이상 예술 작품을 신중히 골라서 훔치는 모습이 없어진다. 충동적이고 훔치기 쉬워보인다는 이유로 훔치며 훔칠 때 작품을 안전하게 훔치는 모습도 사라진다. '한때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실 하나를 따온 것 같던 두 사람의 다락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장이 되었다.'라는 부분은 브라이트비저가 골동품과 쓰레기로 방을 가득 채우는 저장장애의 모습과 뭐가 다른 것인가 싶다.

 

이후 재판과 첫 감옥살이를 마친 브라이트비저에게 스테파니라는 연인이 새로 생기고 제 2의 인생의 막이 열리기 시작했었다. 박물관 보안 컨설턴트로 일을 하고자 했고 그간의 일을 출판하고자 했다. 하지만 브라이트비저는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을 훔친 예술 도둑에서 그저 좀도둑으로 되고 만다. 면세점에서 옷을 두 차례 훔치다가 잡힌 것이다.

 

좀도둑이 된 브라이트비저는 이후에도 예술품을 훔쳤다가 다시 복역하는 등 손버릇을 못 고친다.

 

늙은 브라이트비저는 잃어버리고 손상된 예술품에 대한 빚만 가득 쌓였다.

 

위대한 괴도는 없었고 예술 작품에 대한 해방 운동가도 없었다. 그저 손버릇이 나쁘며 수집장애가 있고 예술품에 대해서만 자폐기질(사람들간 이성적 판단이 아닌 이기적인 기질을 보이고 예술에 대해서 뛰어난 관심과 기억력을 갖고 있는 부분에서 자폐기질이 있지 않을까 싶다)이 있어보이는 범죄자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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