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에 갔다가 목차만 보고 재밌어 보여서 읽기 시작했다. 52가지의 심리 법칙과 효과를 알려준다. 각각의 심리 효과가 왜 발생하는지, 왜 빠지게 되는지,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살면서 내가 경계하고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을지가 궁금했다. 투자를 할 때는 어떤 것들을 경계해야 할지 궁금했고 어떻게 해야 동요되지 않을까 궁금했다.
책을 다 읽었는데 이론으로는 알겠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경계하고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기저에 깔린 심리 반응이라 내가 마인드 컨트롤이 될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것도 주의하고 저것도 주의해야겠다며 열심히 읽었지만 점차 가볍게 책을 읽었다. 이것도 가능하겠네 저런 것도 있구나 하며 가볍고 재밌게 읽었다.
후광 효과(Halo effect)
하나의 좋은 현상에 현혹되면 그로부터 전체 현상을 결론짓는 경향을 말한다. 간단히 얻을 수 있는 수치나 광고로 인한 후광 효과에 의해 탐지하기 어려운 기업의 전략이나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도 쉽게 결론 내린다.
사랑에 있어서 후광 효과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친구들이 아무리 그 사람의 결점을 지적해도 질투쯤으로 여길 뿐이다. 그러나 가끔은 큰 폐해를 끼치기도 한다. 인종주의자나 남성우월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눈에 띄게 드러나는 특징을 제외시키고 좀 더 신중하게 관찰하라.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
이미 지불한 비용과 시간이 아까워서 다른 합리적인 선택에 제약을 받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시로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진다.
여자 친구가 계속 거짓말을 해서 헤어져야 할 것을 알면서도 계속 만나는 경우, 비즈니스에서 프로젝트가 가망이 없음에도 중단하지 않는 경우, 주식 예측이 틀렸음에도 팔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장기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하려면 투자를 계속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이미 투자한 것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안 도니다. 이미 지출된 비용은 무시하고 현재의 상황과 미래에 대한 객관적 전망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Swimmer's body illusion)
수영 선수가 되면 항상 몸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들이 좋은 몸을 가졌기 때문에 좋은 수영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화장품 광고에서 아름다운 여성 모델들이 등장한다. 화장품이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것일까? 여성이 아름답기 때문에 화장품 모델이 된 것이다. 즉 수영 선수 몸과 여성의 아름다움은 선택의 기준이지 행위의 결과물이 아니다.
종종 행복한 사람들에게 행복의 비밀이 어딨냐고 물으면 긍정적인 생각에 있다고 한다. 과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행복해질까? 행복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아닐까?
기적
1950년 3월 어느날 7시 15분, 네브래스카 주 어느 교회 성가대원들은 연습을 위해 만나기로 했다. 그들은 여러 이유로 모두 지각을 했다. 그런데 7시 25분에 교회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모두 지각하는 바람에 사망자가 없었다. 소방대원들은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라 추정했다. 그러나 성가대원들은 신의 계시를 받은 것이라 확신했다. 맞을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은 사실 드물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그러니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라.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욱 놀라울 일이다.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우리는 소유하고 있는 것을 소유하지 않을 때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느낀다.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부동산에서 소유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소유한 집을 시장가보다 더 높게 평가한다. 집주인에게는 시장가가 불공정하다 못해 파렴치하게 낮은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은 정서적 부가가치 비용까지 포함해 매입자가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이치에 맞지 않다.
워렌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는 소유 효과를 직접 경험했다. 돈벌이가 되는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모든 재산을 투자한 상태라 여유 자금이 없었다. 소유하고 있던 지분을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부도 팔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멍거는 50억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소유 효과는 소유하고 있는 물건뿐만 아니라 거의 소유할 뻔한 물건에도 적용된다. 경매에서 이 심리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면 경매의 입찰 경쟁 속에서 계획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무언가를 버리는 일은 쌓아가는 것보다 어렵다. 사물들에 얽매이지 마라.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대자연에게 잠시 빌렸다고 생각하라. 언제든 다시 빼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더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지는 함정
몸이 좋지 않아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고 해보자. 의사는 이곳저곳을 진찰 후 항생제를 처방한다. 증세가 호전되기 전에는 좀 더 나빠질 것이라 한다. 의사 말을 듣고 열심히 항생제를 먹지만 의사 말대로 점점 몸이 나빠진다. 의사에게 다시 물어보니 약 처방을 두 배로 늘려준다. 그러면서 여전히 한동안 통증이 있을 거라 한다.
결국 이틀 후 구급대에 전화를 걸어 다른 병원에 실려가 진찰을 받는다. 맹장염이였다.
'더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지는 함정'은 해결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너무 얕거나 거의 없을 때 빠지기 쉽다. 계속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어설픈 전문가의 예언은 입증되는 것이다.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고객은 행복해지고 전문가는 호전된 상황이 자신의 능력 덕택으로 돌릴 수 있다.
침체기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전문가의 예측을 믿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해야 한다. 어떤 조치를 취하고 그에 따른 효과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침체기에 더욱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내리막길에 들어섰더라도 하늘만 보지 말고 잣니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하며 반등할 수 있는 지점에 이정표를 세워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새로운 정보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론이나 세계관, 확신하는 정보들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즉 모순되는 새로운 정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걸러낸다.
확정 편향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자신의 이론과 반대되는 결과들을 활발히 찾아보자. 잣니의 이론에 의문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이 세계의 모든 것에 가정을 세우려고 한다. 그러나 애매모호한 이론일수록 확증 편향의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 평생 '인간은 선하다'라는 이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론의 증거를 충분히 발견할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확인되지 않은 증거는 걸러내고 자신들의 세계관을 입증해 주는 수많은 증거만 간직할 것이다.
점성가나 경제 전문가들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다음 주에 서글픈 순간을 겪게 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사소하게 넘겼을 일도 점성가의 예언이 맞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성공에 관한 책들도 마찬가지다. '명상은 행복의 열쇠다' 따위의 케케묵은 이론들을 나열한다. 그러면서 입증할 사례들을 풀어놓고 있는데 정작 반대의 증거, 명상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거나 명상을 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존재는 한 줄도 싣지 않는다.
인터넷은 확증 편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같은 생각의 사람을 쉽게 찾고 유대감을 갖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확증 편향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당신이 믿는 문장을 쓰고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찾아 나서라. 당신이 믿는 문장에 너무 잘 어울리는 수많은 증거를 만나겠지만 과감히 지나쳐라. 당신의 정신이 깨어 있다면 진정 믿을 수 있는 진실을 찾을 것이다. 믿기 위한 증거와 믿을 수 있는 증거를 구분하라.
운전사의 지식(Chauffeur's knowledge)
찰리 멍거는 이 세상에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진짜 지식이며 또 하나는 '운전사의 지식'이다. 여기서 운전사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예시 설명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막스 플랑크의 강연을 계속 따라다니던 운전사가 한 강연에서는 본인이 들었던 내용으로 강연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과시할 줄 안다. 탁월한 목소리나 신뢰감을 주는 외모도 있지만 그들이 퍼뜨리는 지식은 공허하다. 알맹이 없는 말들 마구 쏟아낸다.
아나운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아나운서가 연기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능숙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그들에게 존경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워렌 버핏은 '능력의 범위(Circle of competence)'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범위 안에서는 전문가만큼의 지식을 갖지만 그 범위 바깥에 있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분적으로 이해한다. 워렌 버핏은 자신의 능력의 범위를 파악하고 그 안에 머무르라고 한다. 찰리 멍거는 여기에 덧붙여서 잣니의 능력 범위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시도한다면 초라한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말하는 것이 진짜 지식인지 어떻게 알까? 진짜 지식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안다. 자신의 능력 범위 밖의 것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모른다고 당당히 말한다. 운전사들에게는 온갖 말을 다 들어도 모른다는 말만은 듣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막시밀리앙 링겔만의 연구에 따르면 수레를 끄는 두 마리의 말의 능력은 한 마리의 말이 끌 때 보여주는 능력의 두 배가 되지 못한다. 이는 사람에게 실험한 결과도 동일했다.
사회적 태만은 개개인의 능력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고 집단 속으로 용해되는 경우에 나타난다. 눈에 띄지 않고 절반의 힘만으로도 일이 성사되는데 무엇 때문에 온 힘을 투자하겠는가? 사회적 태만은 우리 모두가 죄를 짓도록 만드는 일종의 속임수다.
하지만 능력의 후퇴가 '제로' 상태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제로로 떨어지면 눈에 띄는 것은 물론이고 집단에서 제외되거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의 태만함을 유지하는 데 섬세한 감각을 발달시켜왔다.
그렇다면 팀워크가 개인의 노력보다 더 낫다고 하는 주장은 어디서 온걸까? 어쩌면 일본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일본 공장들은 팀 위주의 조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 사고방식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되풀이될 수 없다. 그나마 독일에서는 가능한 서로 다른 전문 분야의 인원들로 팀워크가 이루어지면 더 낫다는 것이 증명되기는 했다.
사회적 태만은 집단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후퇴시킬뿐더러 그에 따른 책임도 후퇴시킨다. 이를 '책임감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부른다.
같은 이유로 집단은 개인보다 더 큰 위험부담을 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모험 이행(Risky shift)'이라 하며, 개인 혼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보다 집단일 때 더 모험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집단에 있으면 더 용감해지기도 하며 더 태만해지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집단 속에서 개인의 능력을 가능하면 눈에 띄게 만들고 있다. 인센티브 제도가 또 다른 폐해를 낳더라도 기업에서 없애지 못하는 이유다.
지수의 확장(Exponential growth)
우리는 직선적인 성장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하나 지수의 화장은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표현을 할 때도 되도록 백분율은 사용하자 마라.
'교통사고 횟수가 매년 7퍼센트씩 증가'한다고 해보자. 이를 발표할 때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를 시간 중복의 트릭, 70의 법칙을 써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보자. 70의 법칙이란 복리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처음 저축한 원금의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아보는 공식이다. 70을 이자율로 나누면 2배가 되는 데 몇 년이 필요한지 나온다.
즉, '교통사고 횟수가 매년 7퍼센트씩 증가'는 '교통사고 횟수는 10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와 동일한 말이다.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 된다.
'개들의 숫자, 10퍼센트씩 증가'라는 헤드라인 보다 '7년 후, 우리는 두 배의 개똥을 치워야 한다'가 경각심을 더 줄 수 있는 헤드라인이다.
행동 편향(Action bias)
행동 편향의 예는 대표적으로 페널티킥에 있다. 킥을 차는 방향은 왼쪽, 중간, 오른쪽이 1/3씩이지만 실제로 골키퍼가 중앙에 멈춰 서 있는 경우는 드물다.
행동 편향은 어떤 상황이 새롭거나 불분명할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종의 과민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워렌 버핏은 '투자에서는 행동이 실적과는 무관하다'라고 한다.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는 뭔가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더 낫게 변한 것이 없더라도 기분은 나아진다. 자기 기분만 빼면 실제 상황은 종종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자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상황이 분명하지 않으면 제발 아무것도 감행하지 마라.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우리는 일을 하고 출세하고 스스로 더 많은 일, 더 멋진 일들을 해내지만, 그렇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불행한 경우는 어떨까? 앞으로 그 감정이 얼마나 오래, 그리고 강렬하게 유지될지에 대해 시스템적으로 과대 평가한다. 사랑이 깨지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다시는 한 줌의 행복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평균 3개월이 지나면 다시 그들도 웃는다.
무언가 얼마나 행복을 가져다줄지 안다면 더 분명하게 결정을 내리고 어둠 속을 헤매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학문적으로 증명된 몇 가지 확실한 사항을 짚어보자. 첫째,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부정적 요소(장거리 출퇴근, 소음, 만성 스트레스 등)들을 피하라. 둘째, 물질적인 것들(자동차, 집, 보너스, 금메달 등)이 주는 효과는 단기적이다. 셋째, 오래 지속되는 긍정적 효과들은 당신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와 관련이 있으니, 가능하면 많은 자유 시간과 자율성을 갖도록 하라. 넷째, 비록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열정에 가장 잘 맞는 일을 하라. 다섯째, 우정에 투자하라. 여섯째, 여성의 경후 가슴 성형수술이 지속적인 행복 효과를 주지만, 남성의 경우 현재 자신의 직업적 지위가 더 중요하다.
호감 편향(Liking bias)
호감 편향은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물건을 사거나 그 사람을 도우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분별하기 쉽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매번 그 함정에 빠진다.
호감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문적으로 세 가지 요인이 있다. A) 외모가 매력적인 경우, B) 출신이나 인품, 관심사가 비슷한 경우, C) 상대가 먼저 호감을 보인 경우. 호감이 생기는 확률도 A, B, C의 순서대로 크다.
이야기 편향(Story bias)
철의 장막이 왜 무너져야 했고, 리만 브라더스의 금융 붕괴가 왜 발생했으며, <해리 포터>는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우리는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나중에 와서 '이해한다'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그 당시에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나중에 가서 사건들에 '의미'를 짜 맞췄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없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이야기 편향은 이야기들을 왜곡해서 현실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원래는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모든 현상을 억지로 쑤셔 넣어 인과관계를 짜 맞춘다.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
우리는 사후 확신 편향의 희생자다. 무슨 사건이 발생하면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들 가운데서도 가장 개연성이 높은 쪽으로 흘러간 것이라 생각한다.
2007년 경제 예언들을 다시 읽어보면 2008 ~ 2010년 세계 경제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전망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그로부터 1년 뒤 2008년 금융 시장은 붕괴했다. 이후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 원인에 대해 논리 정연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마치 경제 위기가 논리적이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경제 위기를 미리 경고해주지 않았을 까? 그 누구도 금융 위기 과정에 대해 정확히 예언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신감이 아닌 동정심을 가져라. 경제 전문가 집단만큼 사후 확신 편향에 잘 빠지는 집단도 드물다.
중간으로의 역행(Regression toward the mean)
어떤 남자는 골프에서 초라한 성적을 낼 때마다 같은 프로 선생에게 지도를 받았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음번에는 훨씬 공을 잘 치게 됐다. 그 남자은 어딜 가나 프로 선생을 칭찬하고 다닌다.
하지만 내리막의 끝에는 오르막이 있듯 극단적 상황들은 시간이 지나면 덜 극단적인 쪽으로 바뀐다. 골프의 예시에서 남자는 원래 치던 대로 쳤을 뿐이다. 평균적으로는 같았을 것이다.
한 팀장이 팀원 가운데 업무 몰입도가 하위 3퍼센트에 속하는 직원을 동기 부여 코스에 참여시키기로 했다고 해보자. 코스를 마친 직원들은 하위 3퍼센트에 벗어났을 것이다. 대신 다른 직원들이 3퍼센트 안에 들어갔다. 동기 부여 코스가 팀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일까? 판단하기 어렵다. 업무 몰입도는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더라도 다시 개개인의 평균 수준으로 옮겨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간으로의 역행을 무시하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칭찬보다는 처벌을 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
생존 편향은 성공한 사람들만 보고 나도 성공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시작된다. 성공은 일상에서 실패보다 더 크게 눈에 띄게 되므로 성공에 대한 전망을 과대평가한다. 성공할 개연성이 얼마나 적고 얼마나 사라져 버리기 쉬운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한 작가 한 명이 있다면 배후에는 책이 팔리지 않는 작가가 100명 있다. 그 뒤로는 출판사도 찾지 못한 사람이 100명이 있고, 그 뒤로는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원고를 서랍 안에 넣어둔 사람이 100명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듣고 있으며, 작가로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개연성이 적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성공에 관한 무수한 책들과 성공을 훈련시키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도 의심을 해야 한다. 그들의 말에는 실패로 끝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패한 사람들은 책을 쓰지도 않으며 실패에 대한 강연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남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되더라도 생존 편향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다른 생존자와 공통점을 발견했더라도, 실패한 사람들이 묻힌 공동묘지를 방문한다면, 실패한 사람들 역시 그 성공 요인을 이미 갖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리뷰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화/리뷰] 설명의 기술 (1) | 2024.06.30 |
---|---|
[IT/리뷰] 생각하는 프로그래밍 (0) | 2024.05.20 |
[글쓰기/리뷰] 유혹하는 글쓰기 (1) | 2024.02.10 |
[IT/리뷰] 프로그래머의 뇌 (2) | 2023.12.07 |
[IT/리뷰] 프로젝트에서 제품으로: 플로우 프레임워크,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1) | 2023.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