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뷰]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독서토론에서 한다고 해서 구매할 때 세트로 사면 무료배송 해주길래 같이 샀다. 부커상을 받은 책이라 기대를 갖고 봤다.
<소년이 온다> 책을 리뷰할 때 다들 <채식주의자>가 더 읽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년이 온다>가 더 읽기 힘들었다. <소년이 온다>는 잔혹함이 더 생생하게 상상이 돼서 읽기 어려웠다. <채식주의자>가 더 읽기 힘들었다는 것도 뭔가 이해가 된다. 아무래도 <소년이 온다>는 잔혹해서 읽기 힘들었고, <채식주의자>는 역겨워서 읽기 힘들었던 것 아닐까? 독서토론 멤버들의 성격을 봤을 때 그랬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채식주의자>는 <소년이 온다> 보다 흥미롭게 읽었다. 물론 내가 해석을 완벽히는 못할 것 같았다. 뭔가 의미하는게 분명하게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 그럼에도 <소년이 온다>에 이어서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한강 작가님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섬세한 묘사로 감정적으로 힘들게 했고, <채식주의자>에서는 몰입이 되어 인물들을 이해(영혜 제외..)하기 시작했다.
어떤 점에서 특히 스스로 놀랐냐면,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3부작에서 모두가 역겹다고만 생각하던 <몽고반점>을 읽을 때 였다. '다른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에 이어지는 <몽고반점>에서 역겨움이 폭발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달랐다. 이 책을 읽을 다른 독자들을 이해하려 했을 때 그랬을 것 같다는 느낌일 뿐이다. 나는 <몽고반점>을 읽을 때 인혜의 남편이 주장하는 예술적인 그림이 어떨지가 너무 궁금했다. 물론 굉장히 충동적이고 외설적이고 비윤리적이며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혜의 남편이 상상했던 그림이 너무 궁금하고 아름다울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다른 사람들이 보면 역겹다고 생각할까 궁금해졌다. 수치스러우면서 성적인 충동을 느끼는 인혜의 남편이 지금 나와 같은 걱정이었을까? 다른 사람들 관점에서 역겨울 것임을 짐작하면서도 참을 수 없었던걸까?
인물들도 흥미롭게 묘사가 잘 되어있었다. 영혜는 솔직히 너무 어렵고, 인혜, 인혜의 부모님, 인혜의 남편, 인혜의 아들, 영혜의 남편 한명씩 뜯어보면 흥미로웠다. 다들 개성이 너무 뚜렸했고 그것을 글로써 잘 풀어줘서 어떨지 분위기가 다 상상이 됐다.
영혜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인혜가 영혜를 봤을 때와 같다. 어릴적부터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고 도와주는 주변 사람은 없었다. 언니와 비슷하게 생겼었지만 언니와 달리 착해보이는 성격을 갖지 못했다. 이런저런 주변 인물들이 말하는 것들을 통해 추측한 정보들이 전부다. 대체 그 꿈은 무엇이고 왜 그 꿈을 꾸기 시작했으며 왜 그 꿈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마지막에 인혜가 영혜를 차에 태우고 '모두 꿈인건 아닐까'라는 말은 왜 했을까? 영혜는 채식주의자에서 꽃 이었다가 나무가 되는 과정은 무엇일까? 가슴 안에서 본 얼굴들은 무엇일까? 영혜는 무엇일까?
독서토론을 진행하지 않을 책이라서 다른 사람들의 해석이 궁금했다. 몇 개의 다른 후기들을 봤는데 다른 사람들이 해석하는 내용들을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어떻게 이 책을 보고 저렇게까지 생각의 꼬리가 이어질까? 그렇지만 여전히 내 궁금증들을 만족시킬만한 해석글은 아직 찾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와 달리 2회독도 가능할 것 같은 책인데, 그때 다시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확인해보고 싶다.